2017.log
벌써 2017년이 끝나다니 정말 소름 돋는다. 대학생 시절, 그리고 그 전의 나는 매년 연말마다 뭔가 허탈함이 느껴지곤 했었다. 그냥.. 한 해동안 한게 별로 없다는, 달라진게 없다는 그런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엔 그렇지 않다. 누가봐도 한 해를 객관적으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나태함
아 물론,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살은 것은 아니다. 가끔씩은 당연히 게으름도 피웠다. 나는 평상시에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데 나태함 은 인간이 가진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게으름 피우는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위 사진은, 2014년 대학교 기숙사에서 누워서 미드보는 사진이다.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게으름 사진 중 끝판왕일 듯 하다. 저 때는 아이패드도, 모니터도 없어서 저렇게 보는게 최적이었다. 돼지가 그려진 잠옷바지를 입고, 자갈치를 먹으면서 미드를 보고있었는데 룸메이트가 날 보더니 빵 터져서 사진을 찍어줬다. 하.. 완전 잉여인간ㅋㅋㅋ
옛날엔 저렇게 농땡이 피웠던 날이 엄청 많은 것 같은데, 요즘은 아주 가끔씩.. 아주 가끔씩만 게으름을 피우게 됐는데 이렇게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카투사 복무 시절때 만난 아주 친한 형 덕분이였다.
그 형은, 부대 내에서도 남들 놀 때, 좀 여유를 부려도 될 때에도 자신의 꿈을 쫓기 위하여 시간을 아껴가면서 공부를 하곤 했다. 나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였는데.. (나는 여유가 생기면 바로 침대로 쓩! 들어가는것을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근데 내가 단순 그 형의 그런 부지런한 모습을 보고 배운건 아니고, 그 형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나를 바꿔놓았다.
“야, 열심히 살아도 시간이 부족한데 무슨 놀 시간이 있어”
이 말은, 다른 이들에게는 별 시덥잖은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입대하기 전의 내가 겪었던 두가지 일이 생각났다. 이 글은 2017년 회고록이긴 하지만,, 한번 더 옛날의 기억을 적어보겠다.
해커톤에서의 실패
2~3년 전 쯤, 학부생때 홍콩과기대에서 한번 해커톤에 참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 개발 실력에 있어서 나는 내 주위 사람들보다 조금은 더 자신이 있었지만 알고보니 난 우물안 개구리였다. 거기에 가보니 날고 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었다.
이 이벤트는 36시간동안 진행이 됐었는데.. 계획한 프로젝트를 완성도 못해서 실패를 맛본적이 있었다. 뭐 물론, 그게 완전히 내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가 단순히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것도 있었고, 팀원 5명중에 개발을 하고 있는 사람이 2명, 한명은 간단한 작업만 도와줬었고 또 나머지 두명은 아이디어 창고..? 로서 역할을 해주었다. 우리는 일단 인력도 부족했었고.. 다른 팀들은 막 사전작업까지 해온 사람들도 있었다. (규정 위반이지만)
어찌 됐던 우리는 생각보다 실력이 너무 구렸고 개발속도도 느렸다. 결국 시간은 타임아웃 됐고, 우리가 기획한 기능들은 구현을 못 끝내서 이도저도 아닌 상태여서 우리는 발표조차 기권하고 열심히 밤새며 개발을 한 프로젝트를 그냥 버리고,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학교를 떠났다. 그냥, 남들 한거 구경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 지쳤었던 것 같다.
내가 이때 겪었던것은, 실패였다. 최대한 노력을 들이긴 했지만, 결국 성취한건 하나도 없고 그냥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 이후론 한동안 조금 우울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대학교에 들어간 후로부터 학교 커리큘럼만 따라가게 되면서 정작 내가 좋아하는 개발은 덜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내가 실력이 요즘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난 이때부터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이 홍콩 과기대에서 봤었던 괴물같이 잘하는 개발자 학부생들을 보며 (아마 그때 대학원생도 있긴 했던것 같긴 하지만) 나도 저런 괴물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노력의 배신
군대에 입대하기 전의 마지막 학기엔,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그래봤자 공부에 관련된 것이긴 하다. 근데 일단 뭐 대학생이 열심히 해야하는게 공부인건 맞으니까). 일단, 친한 친구들은 나보다 1년먼저 입대를 했었기에, 대학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그게 공부가 됐던 과제가 됐던..
난 주기적으로 일기를 쓰는데, 2014년 10월 9일에 쓴 일기를 인용해보자면, 이런 표현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던데, 과연 그럴까? 난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게으른가? 최근엔 그렇게 안게을렀던 것 같은데
아마 내가 이 시절, 과제가 미룬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많이 쌓이고, 겹쳤었고 기한까지 막- 끝내보려 열심히 해봤는데 결국 제대로 해내질 못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4년 10월 19일에 쓴 일기를 보니 이런 말을 적어놨다.
‘난 분명히 노력 많이했다. 필요 이상으로 노력했다. 그런데 믿고있던 신념이 깨졌다. 노력은 가끔씩 날 배신한다. 그럴 땐 뭐 어쩔 수 없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 밖에’
단순히 과제 외에도, 성적 면에도 있어서 그냥 아무리 열심히해도 B+ 의 늪에서 빠져 나가질 못 할때가 있었는데 (뭐 그래봤자 대학 성적이긴 하지만) 그럴때마다 아 그래.. 노력은 가끔씩 배신하지 하고 넘겼다.
다르게 생각하자면, 이게 내 한계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난 여기까지 밖에 안돼 하며.
위와 같은 일 때문에 뭔가 난 별거 아닌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입대를 했었는데, 군대에서 만나게된 내 룸메이트 형이 저 말을 꺼내는 순간, 느꼈던 점은 열심히 사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노력 안에는 생각 해보니 나태함이 조금씩 섞여있었다. 그게 얼마 되진 않았겠지만 분명히 가끔씩은 의욕이 없어서 그냥 쉬어버리고.. 그럴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난 룸메형의 말을 확대 해석하여 이렇게 생각했다: “현재 나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겠구나. 그리고 애초에, 내가 바라는 그런 해커톤에서 봤던 ‘괴물’ 같은 사람들이 되려면 열심 그 이상으로 전투적으로 살아야겠구나.. 그냥 대충 노력만 하면서 살면 절대 안되겠구나”
그.. 전투적으로 산다는것이 정확히 뭔지는 어떻게 표현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열심히 살아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니, 시간의 소중함을 한층 더 느끼게 되어서, 내 삶속에서 낭비되는 나태함을 최소화 하는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의 마음가짐은, 나를 계속 성장시키는데에 도움을 주었고 그에 따른 변화가 여러가지 눈에 띄는 결과로 이어졌다. 뭐 예를 들자면 책 집필 제안.. 같은 것도 있고,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개발자들의 메일, 그리고 몇 몇 회사들의 스카웃 제안.. 뭐 다른 사람들은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이걸 처음 겪었을땐 아 내가 정말 그러한 인물이 됐나? 착각이 들 정도로 신기했다.
삶의 방식을 바꾸고 그에 따른 눈에 띄는 변화들은 일종의 촉매같은 역할을 하여 지금도 계속해서 나를 달려가게 하는데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
존경 할 수 있는 사람
누군가 나에게 “민준아 넌 꿈이 뭐니?” 라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해왔다. “누군가가 존경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라고.
근데 최근에 이 이야기를 한번 더 한적이 있었는데, 회사에 있는 팀원이 말했다. “그럼 이미 어느정도 달성한거 아니야?”
정말 그런걸까? 생각해보니 완전히 부정하진 못하겠다. 적어도, “배울 점이 있는 사람” 은 어느정도 된 것 같다. 단순히 기술적인, 지식적인 측면을 떠나서, 내 삶의 방식 그리고 인성에 있어서 자신이 나에게서 뭔갈 배웠다는 표현을 한 친구도 있었고, 누군가는 나를 ‘대단한 사람’ 으로 표현 하기도 한다.
“존경 할 수 있는 사람” 이란 것이 기준이 좀 애매하긴 한 것 같지만, 아직 완벽하게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조금은 가까워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엄청 대단한 인물이 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고 느껴진다. 그렇기에, 나는 실제로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러한 사람이 되도록 더욱 노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은근히 부담이 되기도 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좋은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겸손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지? 앞으로 내 미래는 어떻지? 이런 고민에 빠져살았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답이 보인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거 하면서 살며 내 가치를 계속해서 키워나가면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예전엔 없던 자신감이 조금씩 생긴 것 같은데 그로 인하여 내가 어쩌다 실수로 경솔함과 오만함을 표출해내지 않을까 좀 두렵다. 뭔가, 내가 옛날에 알던 사람들 중에서, 자기 자신에 지나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뭐 실제로 그 사람은 실력도 굉장한 사람이긴 했지만, 그 사람의 태도는 살짝 재수가 없었다. 다른사람이 날 볼때 그렇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므로 우리 엄마가 자주 나한테 말씀하셨듯이 언제나 겸손함을 유지하도록 해야겠다.
자, 그러면 내년도 존경 할 수 있는 사람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오오력 해봐야겠다.
2017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기억들
지난 한 해를 회고해보자면 기억의 비중은 위와 같을 것 같다. 살짝, 평일에는 라프텔 개발자였고, 주말에는 저자이기도 했으며 강사이기도 했다. 1월부터 3월까지는 군인이었고..
카투사 병장
카투사 병장 생활은 솔직히 개꿀이었다. 이건 어찌 부정 할 수 없다. 전역할 때 쯔음 느꼈었던게, 앞으로 인생에서 이렇게 며칠에 걸쳐서 원없이 잘 수 있는 기회는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부분은 현실이 될 것 같다. 진짜 좋았었지만, 딱히 그립진 않다 ;).
라프텔 개발자
그리고, 전역하자마자 거의 바로 시작된 라프텔에서의 직장생활! 어쩌다보니 내가 생각지도 못 한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애니, 만화, 웹툰, 라이트노벨 이런 서브컬쳐.를 다루는 회사고, 지금 단계에서는 주로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을 밀고있는 회사이다.
나는 사실 이 쪽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옛날엔 내가 과연 어떤 곳에서 일하게 될 까? 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내가 그냥 주관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음악, 개발이니까 이거와 관련된 그런 분야에서 종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뜬금없이 만화라니..!
처음엔 애니쪽엔 노관심이었지만 프로덕트 테스팅을 하면서 사용하다보니 팀원들이 추천해준 일부 명작? 들을 봤었는데 재미있긴 한것 같고.. 확실히 가치가 있는 시장 이라는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해당 분야를 내가 좋아하고 안좋아하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라프텔에서 일하는걸 좋아하게 된 이유는 대표적으로 네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회사를 통하여 성장할 기회가 많이 보였다. 내가 들어갈 시점에 라프텔은 아직 제대로 비지니스 모델이 붙지 않은 상태였는데,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수의 유저들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였고, 규모가 나름 큰 프로젝트였는데, 비지니스 모델이 드디어 들어가면서 나에게 프론트엔드 쪽 코드를 처음부터 전부 뜯어고칠 기회가 주어졌다. 기업에서 만든 서비스를 밑바닥부터 짜는 기회는 정말 흔치않다.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게 되면서 정말 많은 성장을 이뤄냈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듯 하다. 3~4 월 쯤만 해도, 아 어느 세월에 완성하지 싶었던 프로젝트가, 5월에 마무리되면서 이제 하나의 프로덕트로서 돌아가고있다.
두번째로는 팀원들이 정말 좋다. 팀원들에게 배울점이 정말 많다.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을 떠나서 문제 해결 방식, 여러가지 선택중에서 가장 좋은것을 선택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결정하는 방식, 일정 관리 방식, 고비를 넘기는 방식, 혼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그런것들을 배웠다.
세번째로는 가장 중요한건데, 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그 자체를 좋아한다. 그리고 라프텔에서는, 그러한 개발을 아주!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뭐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는 모르겠는데 출근하는게 난 놀러가는 것 같다.
외람된 생각이지만 3년 전쯤만 해도, IT 서비스는 그냥 개발자끼리 모여서 뚝딱 만들어내고 쉽게 사업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적이 있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사업은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였다. 옛날엔 단순히 그리고 또 막연히 나중에는 창업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랑 적성에 안 맞을것 같다.
그것 말고도, 그냥 라프텔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사내 분위기도 너무 좋고. 단순히 즐거운 것 뿐만 아니라, 라프텔에서 개발을 하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라프텔처럼 대우를 해주는 회사는 찾을 수 있을지언정, 지금의 회사처럼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회사를 찾는건, 정말 정말 정말이지 힘들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시간과 상황이 계속 허락 된다면 계속 이 팀에 있고 싶다. 언젠간 떠날 수도 있긴 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돌아올, 그런 나의 집 같은 곳이다.
패스트캠퍼스 강사
그리고 회사생활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주말에 패스트캠퍼스에서 리액트 강의를 하게 됐다. 지금은 이제 3기째 하고 있는데, 주말에 한번 하고 올 때 마다 엄청나게 지친다. 4시간동안 얘기를 한다는건 정말 힘든 일인데, 금요일 – 토요일 새벽 쯔음에 기존 강의자료 개선 / 준비를 하다보니 아마 피로가 몰려와서 더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
토요일에 강의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 그리고 귀가 후에는 정말 몸이 지친 상태이긴 하지만, 강의를 할 때 만큼은 뭐랄까, 재밌다. 내가 옛날엔 막 삽질하면서 얻었던 지식들을 정리해서 다른사람이 쉽게 가져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 큰 보람을 느낀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수강생 분들이 나를 통하여 내가 가르치는 지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들이 혼자 공부하게 됐을 때 헤멜 수도 있는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리액트 서적 저자
그리고 주말의 남는 시간에는 리액트 관련 서적 집필에 시간을 쏟았다. 그러다보니 1년이 훌-쩍. 원래는 원고 초안을 8~9월? 쯤 마무리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결국 11월 말이 되서야 끝냈다. 그래서 지금은 계속 편집작업 중에 있다.
앞으로 집필을 할 기회는 가끔 있을 것 같은데, 다음번의 집필에선 출판사와의 계약후 글 작성이 아닌 글 작성 후 출판사와의 계약을 진행하도록 해야겠다. 이 두가지가 정말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물론, 막 내가 시간을 제대로 못 지킨다고 해서 출판사에서 뭐라고 하거나 큰 불이익이 있지는 않다 (내가 무작정 쓰지도 않고 계속 미루기만 하지 않는 이상) 다만, 스케쥴링을 할 때 내가 풀 퍼포먼스로 작성 했을 때를 가정하여 스케쥴링을 했었다. (예: 퇴근하고 1시간씩 쓰는걸 계획) 하지만, 가끔씩은 퇴근 후 피곤해서 바로 자러갈 때도 있었기에 주말에 몰아서 작업했었었고, 그러다보니 3주씩 계속 미루면서 편집자님한테 대한 미안함과 시간관리를 제대로 못 한 본인에 대한 실망감? 이 은근히 스트레스로 이뤄졌었다.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엄청 힘들었던 것 까지는 아니지만, 원래 나는 글을 즐기면서 쓰는데, 그 스트레스 때문에 덜 즐겁게 쓰게 되는 것 같았다.
사이드 프로젝트 하는 사람
7월까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여러가지 일들을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 떠오른 것이 있다.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언제나 진행을 해왔던 사이드프로젝트를 전혀 안하고 있었다. 맨날 계획만하고 바빠서 수행하질 않았다. 옛날에는 비록 불규칙하긴 했지만 언제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개씩 들고있었는데, 일하느라, 그리고 또 다른 것들 하느라 너무 오랫동안 내려놓고 있었다.
물론 회사에서도 하는것도 있기 때문에 분명히 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긴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일단 회사에서는, 뭔가 배우고 싶다고해서 쉽게 회사 프로덕트에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내가 내린 결론은, 아무리 바쁘지만, 내가 좋아하는일은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여 하루에 한시간씩만 그리고 매일 밤 12시마다 빠짐없이 사이드프로젝트 개발을 하기로 결심했고, 지금 한 150일째 한번도 안어기고 잘 지키고 있다.
젠장! 이 포스트를 쓸 시점만 해도 한번도 안어겼는데, 결국 한번 어겼다 ㅠㅠ 알람을 안맞추고 자는 바람에 못일어나서 하루는 빼먹었다.
그래서 올해 중순에 Bitimulate 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개발하면서, 즐거웠다.
지금은 Velog 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있다. 일종의 개발자들을 위한 블로그 플랫폼인데, 이전에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다가 폐기한적이 있었다 (Develoxy) 위에서 바빠서 내려놨다는게 바로 이 프로젝트다. 다시 만들고 싶어서, 새로운 이름으로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Medium, Brunch, Steemit, Vobour 등 이미 튼튼한 알트서비스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개발하는 이유는 해당 서비스들이 내가 바라는 이상을 충족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엄청 오래걸릴지도, 혹은 아예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최소 지금의 VELOPERT LOG 블로그를 이사시킬 아늑한 공간으로는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개발하고있다.
내년 중순에, 혹은 내년 말에 alpha 릴리즈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게 아니라, 정말 내가 필요해서 만드는 것이기에 더욱 절실하게 만들 예정이다.
2017년에 배운 기술들
내가 배우기로 계획한 기술들
일단, 2017년 초에 배우기로 계획한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 머신러닝, 딥러닝
- GraphQL
- SketchApp
- Golang 을 통한 개발
- react-native
그런데 딱히….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배운 것들
GraphQL
일단, 하긴 했다. 이전에 내가 개발하다가 폐기한 프로젝트 Develoxy 에서 잠깐 썼는데, 혼자서만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기엔 살짝 오버엔지니어링이다. REST API 로도 충분히, 더욱 높은 생산성으로 개발 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진짜 멋진 기술인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선 무조건 GraphQL 사용을 고려해볼 것이다.
- Frontend 엔지니어와 Backend 엔지니어가 따로 있을 때
-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보여주는 데이터의 형태가 여러가지 일 때
- OpenAPI 를 제공하는 서비스일때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에선 절대 GraphQL 사용을 하지 않을것이다.
– 프로젝트의 규모가 작을 때
– 혼자 풀스택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일 때
ElasticSearch
회사 서비스에 도입하려고 잠깐 배웠었다가, 일단 나중에 도입하는것으로 미뤘다. 정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만 배워놨다. 단순 검색엔진 기능을 떠나서 정말 할 수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 도구이다. 사용자 로그도 이걸로 분석해도 매우 쓸만할 것 같고.. 내년중에는 정말 도입 할 것 같은데,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한번 더 자세히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
SketchApp
기술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더욱 편한 UI/UX 디자인을 위해선 Adobe XD 던.. SketchApp 이던 사용하는것이 필요했다. 언제까지나 종이에 펜으로 디자인을 하거나, Keynote 나, Draw.io 를 사용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보니 계속 미루게 되버렸다. Trial 로 받아놓은 적도 있었는데 별로 절실하지 않아서 사용 안하다가 (뭔가 어렵다고 느껴졌다) 30일 지나버려서 못 쓰게 되버렸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낮잠자다가 갑자기 사야겠다고 느껴져서 바로 질러버렸고, 막상 지르고나니까 조금 열심히 쓰게 됐었다. 그래서 필요한 기능들 배워놓고, 프로젝트 진행 할 때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을정도로 익혀놓았다.
아이콘 SVG 를 만드는 것도 배웠다! 하지만 너무 허접하다 ㅠ
물론 막 엄청나게 고수가 되거나 그런 것 까진 아니지만 일단 사용 할 수 있게 됐으므로, 앞으로 프로젝트 UI 구현 할 때 활용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매우 좋다.
Serverless
서버리스 기술은 올해 초에는 전혀 모르고 있던 기술이었는데, 이런 기술의 존재를 알고나니 흥미로워서 배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배우는 것 자체는 계속 미루고 미루고 미뤄오다가 한 9월 ~ 10월쯤에 조금씩 공부하면서 회사에서도 아주 조그마한곳에 사용해보았다.
정말 좋은 기술이다. 조금 더 실력을 쌓아놓고 내년 쯤에는 관련 자료들도 많이 만들어놔야겠다. 좋은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자료가 별로 없어서 (국내에도, 해외에도) 배우는게 조금 힘들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백엔드는 서버리스로 구성하고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더 이 기술에 익숙해질 것 같다 (뭐 원리만 이해하고나면 별거 없는 기술이긴 하다, 다만 이를 통한 프로젝트 관리는 살짝 다른 느낌이니까)
Ethereum Dapp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작동하는 어플리케이션, 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개발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있다. 지금은 진짜 초보다. 대충 감만 잡은 상태인데, 아직은 사이드프로젝트에서 도입하기 조차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아직은 이 기술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도 엄청 낮은 편이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다양하고 강력한것들이 많긴 하지만 대중화되기엔 아직.. 때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나중에 빛을 발할 기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해봐야겠다.
Serverless 와 비슷하게, 공부 할만한 자료들이 별로 없기에, 내가 만들 예정이다. 근데 이 말을 꺼내서 갑자기 떠올라서 조금 몇 자 적어보자면, 블록체인과 Serverless 는 어느정도의 접점이 있다. 지금의 Serverless 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거대한 컴퓨팅 자원을 가지고 우리가 준비해놓은 함수를 실행시켜준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 작업을 블록체인상의 컴퓨팅 자원을 가지고 처리하는 날이 분명히 올거다 – 그런 날이 온다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성지가 되려나? (이미 Golem 같은게 있긴 하겠지만, 서버리스의 용도랑은 다른 것 같다)
기타..
위에는 지금 주로 내가 ‘새로’ 배운 것들을 적어놓았는데, 물론 이것 말고도 작고 작은 많은 것들을 배우긴 했다. 예를들어, Bitimulate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WebSocket 사용에 더 익숙해지기도 했고, 리액트 쪽 기술은 더더욱 강화시키기도 했고, 기술이라고 부르긴 좀 그렇지만 CockroachDB 같은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보기도 했고..
계획과 결과
비록 계획 했던것들을 모두 배우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성공적인 한 해였다.
휴학, 복학, 자퇴
올 한해동안 거의 꾸준히 고민했던 주제, 바로 대학교를 복학해야하나 자퇴해야하나에 대한 고민. 앞으로 남은 대학교 수업 중에서는, 딱히 배우고싶은게 없다. 대학교 학부 과목의 목표는 두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첫번째 목표는 전문 분야의 교양지식을 가르쳐주어 학생들로 하여금 기반 지식을 탄탄히 갖추게 해주는 것이고 두번째 목표는 여러가지 분야를 맛볼 수 있게 해주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막 자료구조, 이산수학, 알고리즘, 운영체제, 네트워크 이런 교양적인 수업들은 막상 그 수업 들을땐 왜 이거 들어야하지 재미없다 하면서 불만이 좀 많긴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배운 지식들이 어쩌면 지금의 생각방식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반면 앞으로 대학교에서 남은 몇가지 과목들은 하.. 정말 듣고싶은거 없다. 일단 기술과 학문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가지 측면에서의 지식이 둘 다 필요하다는것은 팩트다.
남들이 말하길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 라고 한다. 일단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가장 아까운건 시간, 그리고 돈이다. 홍콩에 있는 학교라 학비도 만만치않고, 그 2년동안 나는 아마 더 멋진 일들을 해낼 수 있을텐데 대학교 때문에 내가 성장을 하는데에 벽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든다. 그리고, 금전적인 측면으로 생각했을때 단순히 홍콩에서의 생활비와 학비만을 보면, 그래 열심히 벌은 돈 태워서 졸업장… 딸 수도 있지 라고 생각이 들긴 하는데 만약에 홍콩에서 필요한 비용과, 2년동안 내가 그냥 일을 했으면 벌었을텐데 대학 생활떄문에 벌지 못 할 돈 까지 고려를 한다면 그 액수가 1.5억원을 넘으니까 (미쳤지) 더더더욱 시간과 돈이 아깝게 느껴진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졸업장을 받는다고해서 그 1.5억 가량의 돈이 금방 메워지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대학교 졸업장이 있다고해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게 아니라는것을 내가 이미 알기 때문이다. 과연 졸업장이 1.5억의 가치가 있을까?
이 고민 때문에 주변사람들한테 조언을 구해보면 대부분 돌아오는 답변은
졸업장이 답이다
일단 이 고민은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중요 할 수도 있기에 남들도 섣불리 결정 할 수 없는 안 이긴 하다. 그래도 보통 대부분 위 답변으로 수렴했다.
물론 내가 자퇴를 결심을해도 주변 사람들은 안돼~ 그래도 졸업장이 답이야! 라고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고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존중 해 줄꺼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거니까.
그래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 하는 것 같았다.
현재로선, 2019년에 대학교 복학을 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남은 2년을 조금 더 덜 아깝게 보내려면 다음 중 최소 한가지의 사항을 충족해야 할 것 같다.
- 리모트 워킹 – 현재 회사에서 이게 될 지 안 될지는 그 때의 회사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됐으면 좋겠다.
- 복학 전 부수입 구조 만들기 – 1번이 불가능 할 때를 대비하여 쉽지는 않겠지만 부수입이 발생하는 플랫폼을 만들거나 동영상 튜토리얼을 만들거나 하는 방법이 있겠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조금 덜 부담이 되겠지.
- 1번과 2번이 안 된다면 대학교에서의 2년의 일종의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기술 공부에만 매진하는것도 한가지의 방법이다. 대충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 지 알았으니까, 비전 있는 기술을 공부해보면 그 노력에 대한 대가는 나중에 돌아오겠지.
다른 방면으로는 국내에 편입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편입시험 공부를 대충해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겨우 대학 때문에 안그래도 없는 하루의 일부를 투자하고 싶진 않다. 거기에 쏟을 시간을 차라리 전문분야 기술 공부에 시간을 쏟는 것이 나에게 더욱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옵션에 두지 않았다.
겨우 대학교 교육에 연연하지 않으니까. 내가 필요한건 졸업장이다. 그렇다고 방통대로 가는 건 좀 아닌 것같고 – 그러면 홍콩에서의 이미 보낸 2년이 너무 아깝다.
지금으로선 내후년에 대학 복학을 계획을 두고 있지만, 이 고민은 다가올 1년동안 또 계속해서 고민 할 예정이다. 복학이냐, 자퇴냐? 그건 내년의 내가 알겠지.
2017.playlist
이 부분은 회고록이랑은 조금 관계가 멀 수도 있는, 제가 2017년을 생각 했을 때 떠오르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입니다. 시간의 흐름대로 정렬이 되어있습니다.
- Closer – The Chainsmokers ft. Halsey (Boyce Avenue ft. Sarah Hyland cover): 정확히는 2016년 12월 말이다. 라프텔에서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고, 회사소개를 받음과 동시에 채용 기술과제를 받았다. 생각해보면 정말 갑작스러웠던 것 같네. 만화 관련 회사인것만 알고 갔다가 대표님의 비전, 그리고 회사 서비스의 구조를 보고 우왓 멋져요~ 하며 기술과제를 받아왔다. 생각해보면, 참 추운 겨울이었다. 어쩌면 머리가 까까머리라 더 추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이 시절엔 내가 카투사 복무중이었고, 외박중이었다. 군인이었기에, 다음주 주말까지 내면 됐었던 것 같은데, 일단 이왕 받은거 빨리 풀어버리고 내야지 하고 다음날 완성해서 보냈다. 그 날, 회사에서 나온 다음에 아빠랑 만나서 저녁 먹고, 어떤 카페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채용과제를 풀었다. Closer 라는 곡의 커버곡이었고, 옛날에 봤던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에서 나왔던 어떤 여자가 나와서 부르길래 어 뭐지 하고 들었다가 꽂혀서 무한반복 하면서 들은 곡이다.
- [도깨비 OST Part 10] 어반자카파 (URBAN ZAKAPA) – 소원 (Wish): 때는 1월 초.. 채용과제 풀고, 면접 보고, 라프텔의 팀원이 되었다! 이 시절엔 아직 군인이긴 했는데, 휴가가 꽤 있었다. 외박도 있었고… 그래도 군인이여서 정식채용은 아니였다. 휴가 나왔을 때, 어짜피 집에서 빈둥빈둥 있느니, 회사에서 서비스 리뉴얼 작업중이여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일 할 수 있으면 좋았던 상태이였기에, 급여는 나중에 받을지언정, 휴가 때마다 회사로와서 개발을 했다. 휴가 때 출근? 을 한다는게 좀 웃기긴 했지만 나에게는 휴식이였다. 하… 군대에 있었을때 하루종일 개발하는게 소원이였는데, 그러한 소원을 라프텔에서 이뤘다. 이 때 드라마 도깨비가 흥하고있었는데.. 뭐 드라마도 재밌었지만 어반자카파의 엄청난 팬인 나로서는 이 노래가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 노래를 무한반복하며, 개발을 했다.
- [세로 라이브] 10CM – 스토커: 카투사 전역하기 전에, 일과 끝나면 PC방에 가서 개발을 했다. 공부를 하기도 했고, 라프텔 리뉴얼을 돕기도 했다. 어쩌다가 유튜브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되어 또 무한반복하며 들었다. 원곡보다 이 라이브가 대단하다.. 도중에 콜록 하며 목을 가다듬는것 까지도..
- 센티멘탈 시너리 – Epic: 가사 없는, 멜로디만 나오는 곡인데… 어쩌다가 이 곡을 들었는데 이 곡에서는 알 수 없는 웅장함이 느껴졌고, 무언가를 끝내는 듯한? 성취한? 느낌이 드는 곡이다. 그러면서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 곡이기도 한데.. 나는 이 곡을 듣고 “전역” 과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3월 7일. 그래서 나는 실제로, 전역하면서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아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평택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난 이 노래를 전역송이라고 부른다. 카투사 군 복무생활은, 여러모로 나의 인생을 바꿔놓은 멋진 계기였다.
- 아이유 – 밤편지: 아이유는 가끔씩 무한반복 할만한 좋은 곡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전역 하고 얼마안돼서 발매된 곡인데, 한동안 무한반복 하면서 들었다. 그냥 마음이 안정되는, 좋은 곡. 아, 잠도 잘오는 자장가 같은 곡. 주로 개발 할 때도 듣기도 했지만, 개발하다가 쉴 때도 많이 들었었다.
- 디에이드 – 행복했다: 인디 음악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던 곡이다. 인디 아티스트들은 스탠딩에그..? 정도밖에 몰랐는데, 인디음악 중에서 엄청나게 좋은 곡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 노래였다. 이 노래를 듣고나서 그 이후로 인디 음악에 조금 더 파고들게 되었다.
- 메리라운드 – 섬유유연제: 인디 음악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곡 중 하나다. 정말 많은 인디 음악들을 접하게 됐었지만, 그 중에서도 먼저 접하고,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노래가 다있지? 싶었다.
- 루싸이트 토끼 – Tibi: 이 또한 좋아하는 인디곡 중에 하나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화가 난다. 이 곡이 시작 될 때, 모스부호가 나오는데, 맨날 들을 때 마다 이 모스 부호가 내용이 뭔지 궁금해서… 모스부호 공부하고, 음향 편집하고 하나하나 해독해서 WHEREVER YOU GO I WILL FOLLOW YOU 였나? 까지 해독하고 힘들어져서 포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 대충 저런 내용인가보다~ 짐작만 했었는데 방금 플레이리스트에 넣으려고 유튜브에서 찾으니까 덧글로 적혀있다. “네가 어디에 가든 나도 함께 갈 거야. 평화가 너와 함게 하기를” 내가 이 모스 부호 해독하느라 한 1시간 낭비했는뎈ㅋㅋㅋ 어쨌든.. 좋은 노래다.
- 민채 – What Can i Do(가을 하늘 아래 우리는): 이것도 좋아하는 인디곡 중에 하나다. 이 곡엔 특징이 하나 있는데.. 내가 라이브 스트리밍 할 때 주로 인디음악을 틀고 작업을 하는데, 프로젝트 진행 중에 버그가 튀어 나온 다음에 이를 어떻게 고쳐야 하지? 하면서 이를 고치려고 삽질을 하는 도중에 정말 우연스럽게도 자주 나왔던 곡이다. 디버깅하면서 이 노래 나오면 정말.. What can I do..?
- thesomebodypain – 모닝콜: 이것도 좋아하는 인디곡 중 하나였는데, 내 아침 알람이기도 하다. “뚜루루 전화가 갈 때면 벌써 가슴이 두근 거려요” 까지만 가장 많이 들은 가사고, 그 이후로는 보통 꺼버린다. 알람으로도 정말 좋은 곡..
- Coldplay – Adventure of a Lifetime: 4월쯤? 콜드플레이가 내한 공연 했을때, 음.. 내가 간 건 아니지만! 하도 페이스북에서 시끄러웠다 콜드플레이!! 콜드플레이!!! 사실 살면서 콜드플레이 곡 한번도 안들어봤다. 그래서 얼마나 대단하길래.. 하고 라이브영상들 몇개 봐봤는데.. 콜드플레이!!!!!!! 콜드플레이!!~!~!~ 우주최강밴드다. 콜드플레이 곡들은 다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것을 꼽자면 이 곡이다. 콜드플레이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2시간짜리 공연 녹화영상들이 있는데 그 영상들이 진짜 대단하다…..
- The Chainsmokers & Coldplay – Something Just Like This: 콜드플레이에 푹 빠져서 들었던 곡 중에 하나다. 엄청난 명곡이다. 출퇴근 할 때마다 들었던 곡이다. 들으면, 자신감이 폭발할 것 같고, 기분이 좋아지고, 신나는 곡이다.
- 헤이즈 – 비도 오고 그래서: 헤이즈라는 아티스트는 군대에 있을때부터 그.. RSO 분들이 가끔 보셔서 익숙하긴 했는데, 노래가 느낌이 좋아서 가끔 듣긴 했지만 취향저격까지는 아니였다. 그러다가 어떤 비오는날? 라프텔 팀원 차 타고 어떤 음식점을 갔다. 음… 그 때 뭘 먹었더라? 기억은 잘 안난다. 근데 그 때, 그 팀원이 헤이즈 새 앨범이 나왔다며 들려줬다. 그래서, 괜찮았던 것 같아서 나중에 다시 들어보니까 굉장히 맘에들어서.. 앨범 자체를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여러모로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내년 비올때 또 듣고 싶지 않을까? 근데 이 앨범을 들을 시기엔 뭔가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회사에서는 기능 구현하느라 바빴고, 주말에 하는 강의가 그때는 1기 였었기에, 강의 준비 하는게 조금 스트레스 받았었다 – 지금은 어느정도 적응이 되서 일종의 습관이 되긴 했다. 기억나는 하루가 있는데, 그렇게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토요일 어느 비오는 날에 강의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이 노래를 들으며 생각이 들었던게, 그냥 일하는거 재밌고, 강의 하는 것도 재밌고, 돈 버는것도 좋은데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돈을 버나 싶었다. 학비때문에 돈을 버는건지 그냥 먹고살려고 돈을 버는건지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돈을버는건지, 돈을 벌기위해 버는건지.. 사실 지금도 모르겠다.
- Lisa Hannigan – “Glory Box” (Cover): 리사 하니간 이라는 아티스트는 옛날에 데미안 라이스 아저씨 노래 미친듯이 (?) 들을 때 알게되어 빠졌던 가수인데, 데미안 라이스와 마찬가지로, 유튜브에 있는 라이브 영상 중에서 안본게 거의 없다. 리사 하니간은 데미안이랑 결별 한 다음에 자신만의 노래의 특색을 찾아 가는 것 같다. 나름 이런 신곡도 내고.. 리사가 커버한 Glory Box 라는 곡은 굉장히 옛날 곡인데 특이한 곡이다. 곡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굉장히 신비로워서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 Damien Rice – Insane: 데미안 라이스.. 당신은 진정한 예술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Insane 이라는 곡을 어쩌다 듣게됐는데, 이 곡은 그 어떤 앨범에도 수록되어있지 않은 곡인데,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충격적이였다. 어떻게 이런 절망적인 감정과, 분노와, 슬픔을 곡 하나에 이렇게 소화해 낼 수 있는 걸까? 쌀 아저씨는 어떠한 삶을 살았길래 이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정말 엄청난 곡이다. 다른 버전 도 있는데 이것도 엄청나다….
- Damien Rice – Forgotten Deers: 이 곡도 데미안 라이스의 레어 곡으로서, 그 어떤 앨범에도 수록되어있지 않다. 들어보지 않은 곡이 있다는게 너무 놀라워서 들었는데 후… 엄청 좋았다. 이 영상의 후반부에는 9 Crimes 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이 동영상 을 통해서 봤었는데, 후반부에 딱 짤려서 이어지는 곡이 뭐일지 정말 궁금해했었다. (같은 라이브 녹음본이다)
- 어반자카파 – 혼자: 믿고 듣는 어반자카파. 역시, 어반자카파의 작품이여서 완성도가 높은 곡인 것은 사실이나, 다른 곡들처럼 무한반복 할 가치 까지는 없었다. 어쩌다가 3번 정도 들을 정도..? 조금은 아쉽다.
- Jóhann Jóhannsson – Flight From The City: 정확히는 무슨 장르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사 없고, 뭔가 그냥 예술적인 음악이랄까.. 주로 개발 할 때랑, 출퇴근 할 때 많이 들었다. Orphee 라는 앨범의 수록곡인데 다른 곡들도 굉장히 훌륭하다. 앨범 소개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이런 몽환적인 음악이라면, 어느 누가 마약을 필요로 하겠는가?”
- THERE’S NOTHING HOLDING ME BACK – Shawn Mendes | KHS, Macy Kate, Will Champlin COVER: Kurt Hugo Schneider 라는 뮤지션이 다른 가수들과 함께? 커버 한 곡이다. Kurt 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보면 정말 많은 커버곡들이 있는데, 정말 이 사람은 천재다. 가수라기 보단, 주로 악기를 다루는데, 물론 노래도 잘 부른다 (근데 자주는 안부름) Kurt 의 재능은 SORRY NOT SORRY 라는 커버곡에서 확인 해볼 수 있다. 아주 혼자 다 함. 진짜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방향으로 찍는 동영상도 찍는다. 그냥 천재… 이 채널을 구독해두면 요즘 미국에서 핫한 곡들이 어떤거 있는지도 볼 수 있고 굉장히 재밌는 영상들이 많다.
- Beauty And A Beat – Justin Bieber (Alex Goot, Kurt Schneider, and Chrissy Costanza Cover): Kurt 가 다른 가수와 함께 또 커버한 곡이다. 좀 옛날 곡이긴 한데, 이 곡을 듣고 이 유튜브 채널을 알게됐다. 개인적으로 저스틴 비버의 원곡들은 그렇게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분들이 커버하면 엄청난 명곡이 만들어진다. 한 동안은 Kurt 의 채널에 있는 여러 커버 음원에 푹 빠져 살았었다.
- Zion.T – 눈(SNOW) (feat.이문세): 좋은 곡이다. 12월 중순, 갑자기 엄청나게 추워졌을 때 들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무한반복 해놓고.
- 러브송(Lovesong) – 음파 (String Ver.): 인디 음원 중 하나인데.. 진짜 엄청 좋은 곡이다. 여기서 음파는, soundwave 음파가 아니라, 수영 할 때의 음..파! 이다. 가수가 러브송이라길래 왜 가수명이 러브송이지? 싶었는데 이름이 송사랑이다. 여하튼 이 곡 굉장히 좋은 곡이여서 최근 한동안 자주 들었다.
- AFTERNIGHT PROJECT-매일밤(with 박용인 oF 어반자카파): 2년 전 발매된 곡인데, 최근에서야 들었다. 유튜브가 날 이끄는대로 듣고있다가 익숙한 목소리가 나와서 보니 어반자카파의 박용인씨였다. 역시 엄청난 목소리를 갖고 있는 가수다. 곡 자체가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서 요즘 반복해서 자주 듣곤 하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의 페이드 아웃 효과다. 조금 더 확실한 결말 (?) 여운 (?) 을 남겼으면 좋았겠지만.. 뭐 하긴 이게 어반자카파의 앨범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
흠.. 이렇게 방금 고민해가면서 2017년을 생각나게 할 것 같은 곡들을 정리하고 나니까 뭔가, 음악만으로 한 해를 돌아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엄청 좋았다. 난 음악을 들을 때 마다 이렇게 그 시기의 감정과 기억을 바인딩 해놓는 것 같다. 내년 회고록에도 이렇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야지..
2018.prelog
이번 회고록은 내년의 계획도 써볼까 한다.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여기에 쓰는 계획은 내년에 100% 달성 하는건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이러한 계획을 했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고, 살면서 그 계획을 참고만 할 예정이다.
- Serverless, DApp 개발 수준급으로 하기: 지금 내가 리액트/Node.js 다루는 것 만큼 서버리스 인프라와 DApp 개발에 익숙해져야겠다. 사실 서버리스는 어느정도 감 잡아서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도 사용 할 수 있는 정도인데.. Dapp 은 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지겠지.
- 1Day 1Hour Coding: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하루에 1시간씩 개발 진행을 해야겠다. 진짜 컨디션이 안좋거나 정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최대 3일만 빼먹어야지.
- 머신러닝과, 학문적인 접근의 UX: 이건 딱히 선택권이 없다. 무조건 해야한다. 이걸 해야 내가 복학 할 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휴학이 1년 더 유지 될 수 있다. 지금은 살짝 실무적인 UX 만 해왔다면, 이 UX 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머신러닝.. 요즘 참 누구든지 하는 것 같은데… 아직도 제대로 공부를 안했다니. 완전 모든것을 이해하며 공부하는 것 보다는, 내가 필요 할 때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는 만큼만, 공부해봐야겠다.
- react-native: 리액트를 좋아하면서 리액트 네이티브로 제대로된 프로젝트 하나 릴리즈 못 해봤다는건 나의 결점 같이 느껴진다. 지금 리액트 네이티브는 기본적인 것 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멈춰있는데, 조금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기술 외적인 것으로 따지자면 이런 계획들이 있다.
– 캘리그라피 연습하기: 군 복무 시절 할 때부터 하고싶었는데 아직도 제대로 시작을 못 했다.
– 기타: 이 또한 군 복무 할 때 다시 기타를 치고 싶어서 기타를 사놓고 잠깐 치다가 개발에 시간 쏟느라 못쳤다. 내년에는 꼭.. 내가 좋아하는 곡을 칠 수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실현가능하지 않은 것들로는 이런것이 있다.
- 뇌파 관련 개발: EEG 뇌파 센서를 사서 그걸 가지고 재밌는것을 해보고 싶다.
- VR 관련 개발: VR 기기를 사서 관련 개발을 해보고 싶다. 근데 뭘 할지는 모르겠다. 보통 이렇게 개발해보고싶은데 목표가 없을 경우엔 대부분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도 흐지부지 의욕 다 사라지니까, 무작정 기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만들고 싶은게 생길 때 까지 보류 할 것 같다.
그리고 또…
- 블로그에 포스트 조금 더 열심히 작성하기: 솔직히 작년보다 조금 게을리 했다. 내년은 조금 더 분발하자. 블로깅이 아니라면 일기라도 쓰자.
- 컨퍼런스 참여: 발표가 아니더라도, 관심 분야 컨퍼런스가 생기면 자주 가야겠다. 다른 개발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배울점이 많다.
마지막으로, 내 삶속의 행동과 결정에 겁먹지 않고, 자신감 갖고 용기 내기.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내년에도 행복 가득하길 바라요~